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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2년 조선 건국 후 태조는 3년 뒤에 수도를 개경(지금의 북한 개성)에서 한양(지금의 서울)으로 옮기기 위해 종묘와 사직, 그리고 궁궐을 지었다. 제일 처음 지어진 경복궁(景福宮)은 백악산(지금의 북악산) 아래로 넓은 지형에 건물을 배치한 법궁(法宮)으로, 태조는 이곳에서 조선왕조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1398년 정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수도를 개경으로 옮겼다가 태종이 왕위에 오른 후 1405년(태종 5) 수도를 다시 한양으로 옮겼다.

이때 태종은 경복궁이 아닌 새로운 이궁(離宮, 법궁 외에 별도로 지은 궁궐)을 지었는데 1405년(태종 5)에 완성한 창덕궁(昌德宮)이다. 창덕궁은 정치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을 지형에 맞게 조성하여 자연과 조화를 이룬 조선의 대표적인 궁궐로 조선의 역대 왕들 대부분이 창덕궁에서 생활하였으며, 조선 후기에는 실질적인 법궁의 역할을 하였다.

1418년 세종이 왕위에 오른 후 상왕 태종을 위해 창덕궁 동쪽에 수강궁(壽康宮)을 지었다. 이후 1483년(성종 14) 성종이 세 명의 대비를 위해 수강궁을 크게 확장하고 궁의 이름을 창경궁(昌慶宮)이라 하였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경계 없이 동궐(東闕)이라는 하나의 영역을 이루었으며, 창덕궁이 정치의 공간이었다면 창경궁은 생활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으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이 모두 소실되었다. 이듬해에 선조는 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사저를 임시 궁궐로 사용하면서 이곳을 정릉동 행궁(貞陵洞 行宮)이라 불렀고,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이곳을 정식 궁궐로 삼아 경운궁(慶運宮)으로 이름을 정했다. 한편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궁궐 중에서 가장 먼저 중건된 궁은 창덕궁이다. 경복궁이 중건되지 못하고 빈터로 남아 있는 동안 창덕궁이 실질적인 법궁이 되었고 옥류천, 규장각, 주합루, 연경당, 낙선재 등의 건물이 조성되어 창덕궁의 영역은 점차 넓어지게 되었다.

창덕궁이 중건된 이후 광해군은 현 사직단 부근에 인경궁(仁慶宮)을, 그리고 서대문 근처에 경덕궁(慶德宮)을 새로 지었다. 인경궁은 1623년 인조가 왕위에 오른 후 인경궁을 헐어 창덕궁과 창경궁을 보수했으므로 현재는 남아있지 않다. 경덕궁은 현재의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위치한 궁궐로 영조대에 경희궁(慶熙宮)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곳은 서궐(西闕)이라 불린 규모가 큰 궁궐로, 주요 전각으로는 흥화문(興化門), 숭정전(崇政殿), 자정전(資政殿), 융복전(隆福殿), 회상전(會祥殿) 등이 있었다. 경희궁은 고종 초반 경복궁 중건 때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철거되어 현재는 일부 건물만 복원되어 남아 있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지 270여년이 지난 1867년(고종 4) 경복궁이 중건되었다. 이로써 경복궁이 다시 법궁의 지위를 회복하였다. 고종은 경복궁과 창덕궁을 오가며 생활하였고, 이때 건청궁, 태원전, 집옥재 등이 조성되었다.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서 대한제국의 황궁으로 경운궁을 사용하였다. 이때 석조전, 정관헌, 돈덕전, 중명전 등 서양식 건물을 짓기 시작하여 대한제국의 황궁으로서의 규모와 격식을 갖추어 조선과 대한제국의 건물이 조화를 이루었다. 경운궁은 1907년 고종이 황위에서 물러나자 덕수궁(德壽宮)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순종이 황위에 오른 후부터 궁궐은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시작하였다. 1907년부터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여 일반인에게 공개하였고, 경술국치 후 1911년에는 궁의 이름을 격하시켜 ‘창경원’이라 부르게 하였다. 또 1926년에는 경복궁 흥례문 영역을 철거하여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었고, 1930년대에는 덕수궁 일부 전각을 헐어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크게 훼손시켰다.

광복 이후부터 훼손된 궁궐의 복원사업이 시작되어 1983년에 창경원은 다시 원래 이름인 ‘창경궁’을 찾으며 복원공사를 진행하였고, 1995년에는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여 경복궁 흥례문 영역을 복원하였다. 그 밖에 창덕궁, 덕수궁, 경복궁 등도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한 복원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창덕궁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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